서유럽

대한항공 타고 떠나는 프랑스 일주 3.

jisoo2024 2024. 1. 17. 23:53

발걸음 닿는 곳 모두가 작품, 생폴드방스


프랑스에서의 셋째날, 첫번째 방문한 소도시는 생폴드방스 이다. 
생폴드방스는 둘째날 방문했던 에즈와 닮은 듯 다른 소도시이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 초입까지 천천히 걷는다.
10여분 정도 걸어갔을까.. 그 유명한 '라 콜롱브 도르' 호텔겸 레스토랑이 보인다. 황금비둘기 라는 이름을 가진 이 호텔겸 레스토랑은 아름다운 남프랑스를 방문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피카소, 마티스, 장폴사르트르, 시모네드보봐르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다녀갔는데 주인장은 당시 유명하지 않았던 배고픈 예술가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돈 대신 작품을 선뜻 받아들였다고 한다. 주인장이었던 " 폴 루"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당시 지금의 자리에서 선술집을 하고 있었는데 가난한 예술가들과 잔을 기울이고 식사를 제공하고 방 한 칸을 내어주기도 했으며 예술가들의 주머니 사정을 알고는 돈 대신 작품을 받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던 화가들이었으니 지금 황금비둘기 호텔이 거장들의 작품을 소유하고 유명인들이 예약해서 방문하는 호텔겸 레스토랑이 되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대가없는 선행을 베풀어 복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ㅋ 예술가들이 주인장게 남긴 작품을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호텔투숙객과 레스토랑 예약을 한 고객이 아니면 발도 들여놓을 수 없다. ㅋ 거 인심 참 야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역지사지 정신을 발휘해 생각해 보면 우리호텔 투숙객도 아닌데 수많은 관광객들이 들락거리고 침 뱉고, 휴지 버리고, 화장실 쓰고, 사진 찍어대고, 기물 파손하고... 비싼 요금을 내고 투숙하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고객들에게는 피해가 가고... 처음부터 투숙객이나 레스토랑 예약손님 외 입장 불가가 아니었다. 관광객들의 만행들이 반복되다 보니 주인장 역시 맘을 바꿔먹을 수 밖에 없었을 터... 10년 전만 하더라도 무료입장이었던 수많은 유명 관광지들이 지금은 거의 유료 입장지로 바뀐 것만 봐도 이해가 간다. 
 

La Colombe d'Or

 
생폴드방스 역시 견고한 성벽안에 도심이 형성되어 있는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구도심이다. 
마을로 이어지는 아치형의 성문을 통과하면 일자로 쭉 뻗은 좁은 골목길이 나오고 양 옆으로는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팔고 있는 겔러리, 아뜰리에들이 쭉 펼쳐진다.  마을 입구부터 마을이 끝나는 공동묘지 (그 곳에 샤갈의 무덤이 있다.) 까지 한 걸음 뗄 때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작품이다. 과연 예술가들의 마을답다.

눈에 담는 풍경 모두가 예술품인 생폴드방스
멀리서 바라 본 생폴드방스

 
생폴드방스를 이야기 할 때 빼놓으면 안되는 사람이 바로 마르크 샤갈이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샤갈의 작품들은 강렬한 원색들이 조화를 이루고 그의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몽환적이면서 또한 어린아이 같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샤갈은 러시아태생 유대인이며 그렇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려하자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의 진심어린 지지와 그의 노력으로 화가로서 성공하게 되고 살아있을 때 그 명성과 부를 얻은 몇 안되는 화가들 중 한명이다. 물론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고 50이 넘어서야 빛을 발하긴 했지만 살아있을 때 본인이름의 미술관 건립이 추진되었으며 현재 니스에 마르크샤갈 미술관이 바로 그 곳이다. 니스에 있는 샤갈미술관은 종교화 위주의 작품들로 전시가 되어 있다. 늦은 나이 (요즘은 늦은 나이도 아니다.)에 겨우 프랑스 국적을 얻어 두번째 소울메이트 겸 와이프인 바바와 함께 노후를 보내다 영면에 든 곳이 바로 생폴드방스이다. 

마르크 샤갈의 무덤

생폴드방스 마을의 끝에 있는 공동묘지에 가면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샤갈의 무덤이다. 무덤에는 돌들이 올라가 있는데 유대인의 풍습으로 돌아가신 분에게 꽃 대신 돌을 놓아둔다고 한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생폴드방스를 뒤로 하고 칸으로 떠난다.  사실 칸에서는 딱히 하는게 없었다. 칸영화제가 열리는 컨벤션 센터 앞에 마련된 레드카펫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떠나는 일정이었다. 레드카펫은 당일에 진행되는 국제 행사로 사방이 막혀 밟아볼 수 없었고 항구에 정박한 수많은 요트들을 보며 나도 저런 요트 하나 가질 날이 올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칸을 떠나 약 3시간 정도 열심히 달려 도착한 곳은 "무스띠에 생 뜨 마리 (Moustiers-Sainte-Marie) " 그 이름도 참 어려운 곳이다.
프랑스남부 베르동 협곡에 위치한 정말 접근하기 어려운 소도시! 베르동 협곡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인 무스티에 생트마리 Moustiers Sainte Marie 와 함께 방문하는 남프랑스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지방 특유의 색감으로 지어진 전통 마을과 희귀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주민 수 2000명 이하, 역사 유적으로 등재된 2개 이상의 유적을 갖춘 아름다운 마을만이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라벨을 얻을 수 있으며 약 162개 마을이 선정되었는데 그 중하나가 바로 여기, 무스띠에 생뜨마리 이다. 

협곡 사이에 달린 무스띠에 생트 마리의 '별'

 협곡 사이 사슬에 매달린 노란색 별. 내 눈에만 보이나??
무스띠에 생뜨마리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는데 전쟁에 포로로 잡혀간 생뜨마리 출신의 기사가 고향인 생뜨마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있는 신에게 닿았는지 그는 무사히 이곳으로 돌아왔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거대한 별을 만들어 협곡 사이에 설치를 했으며 이 별은 "지지 않는 별"이 되어 무스띠에 생트마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 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곳은 개인여행으로 온 다면 못 올듯 하다. 접근성이 아주 좋지 않고 렌트를 해서 운전을 해야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는 길 또한 만만치 않다. 풍광은 끝내주게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려면 그만큼 고통이 따르는 법.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지만 "와!!!" 하는 감탄사가 연발하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보아 온 남프랑스 소도시와는 확실한 다른 매력이 있는 장소이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마을이다. 사진에 이 풍광을 다 담지 못하는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무스띠에 생뜨 마리의 성모 마리아 성당.

 

베르동 협곡 사이에 위치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무스띠에 생뜨 마리'

 
아주 아름다운 곳인데 시간은 넉넉치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장소이다. 먼길을 달려 달려 왔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광과 구석구석 이색적인 상점들이 많아 몇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을 마을이었는데... ㅠ.ㅠ
이 곳에서 머문 시간이 40분 정도 였으니 오며 가며 보낸 시간들이 더 길어 너무 속상했다. 그래도 혼자 왔으면 절대 절대 내가 올 수 없는 곳이었기에 잠깐이나마 눈에 담고 가는 것에 감사하며 마르세유로 이동한다. 
 
마르세유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이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최악의 교통체증을 경험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흑형들이 아주 많아서 여기가 프랑스인지 아프리카 인지 알 수 없는 곳 이었다. 긴 시간을 달려와 저녁 밥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지만 쌀밥과 중국식 계란국,반찬이 나오는 중국식 식사라 조금 뜨고 호텔로 이동한다. 
조리가 가능한 레지던스 식 호텔이어서 내가 언제 입맛 없었냐는 듯 라면을 끓여 먹고 잠을 청했다. ㅎㅎㅎ
마르세유 투어는 내일 아침부터~~